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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 경험되는 것에 대한 설명이 연기다 하였는데 연기의 어떤 측면을 말하나요?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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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라는 말은 '말미암아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무엇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이죠. 우리의 모든 경험과 대상은 이렇게 무언가에 의지해서만 일어납니다.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는 존재할 수도 없고 드러날 수도 없고 경험될 수도 없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그 뜻을 깊게 살펴보면 존재성에 대한 허구의 틀이 드러납니다.


흔한 예로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앞면에 의지해 뒷면이 드러났다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앞면이나 뒷면이나 각각 동전의 다른 측면을 이름할 뿐, 단지 동전과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원적 의식은 그것을 앞면과 뒷면이 따로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동전의 예와 마찬가지로, 사과라는 하나의 물리적으로 분리된 듯 보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과는 사과 아닌 것들에 의지해 드러나 있지만 우리의 인식은 사과와 사과 아닌 것을 분리하는 구조로 인식을 합니다. 이 이원적 인식 구조 때문에 삶에 있어서 고통과 괴로움이라는 착각이 가능한 것입니다.


경험은 경험 그대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경험을 경험하는 자와 경험의 대상으로 분리시키고, 경험의 대상과 그것 아닌 것들을 모두 분리시키는 우리의 이원적 인식 구조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분리의 경험으로 인식되는 것을 꿰뚫어 보려면 바로 연기를 깊게 사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원적 생각으로 그렇게 됐으니 그것을 딛고 일어서 넘어서는 의식의 도약이 필요한 것이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이 모두 연기로 일어납니다. 글을 쓰고 읽고 경험하는 것 모두 그렇게 무언가에 의지하여 일어나고 인식되는 것입니다. 만일 그 모든 것들이 존재성이 있다면, 무엇에 의지할 필요 없이 홀로 그렇게 독립적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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