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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본질: 공(空)을 바라보는 관점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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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존재의 실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존재라는 것은 우리의 의식에 인식되는 모든 것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나와 세상이다. 나와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본질을 확인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깨달음이다. 그 본질을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하지만, 불교에서는 ‘공(空)’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공(空)은 뭔가가 비었다는 말이다.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비었다는 말이다. 무엇이 비었다는 말인가? 그 실체가 비었다는 말이다. 아직 실체적인 관념인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관점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무엇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러주는 말이다.



반야심경에서도 ‘색즉시공’이란 말로 이를 표현한다. 인식되는 나와 세상이 공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공이란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색 그대로, 세상 그대로 공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참 어렵고 심오하게 들린다. 분명 세상이 존재하고 내가 존재하고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데, 모두 비었다고 하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어렵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단지 당신의 고정관념만 고집하지 않으면 된다. 백지상태로 세상에 태어나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바닥부터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된다. 어려운 수행이 필요한 게 아니다. 수행은 당신의 고정관념을 떼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편인 것이지 다른 게 아니다.


당신은 이미 공을 체험하고 있다. 색 그대로 공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체험하고 있다. 단지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체험하는 것은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믿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당장 체험해 보자.


지금 당신 앞에 볼펜이 하나 있다.

내가 당신에게 묻는다.


‘이 게 뭡니까?’


당신은 대답한다.


‘볼펜입니다.’


‘그래요? 그럼 볼펜을 이렇게 반으로 자르면, 둘 중 어느 쪽이 볼펜인가요?’


‘둘 다 합쳐야 볼펜인데, 지금은 쪼개졌습니다.’


'둘 다 반쪽이네요. 그럼 볼펜은 어디 갔나요?'


'어디 간 게 아니라 그 두 개를 합친 게 볼펜이라니까요. 원래 하나의 볼펜인데, 당신이 둘로 쪼갰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경험은 두 개로 조각난, 한 때 볼펜이었던 흔적을 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볼펜이라는 개념을 부여잡고, 그것이 두 개로 쪼개진 것이라고 말한다. 볼펜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하나로 살아있는 것이다. 보이는 현상이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고정관념이다. 


볼펜은 없다. 만일 볼펜이란 것이 실제로 따로 존재했다면 이렇게 쪼개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쪼개지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볼펜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려보라. 이렇게 만질 수도 있고 볼 수도 있는 이미지에 ‘볼펜’이라는 개념이 붙어서 존재관념을 이끌고 쭉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 보라. 만일 그 개념이 사라진다면? 그렇다면 그러한 그림과 감각이 텅 빈 공간 안에서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로 쪼개진 볼펜이, 절반의 볼펜이라고 생각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볼펜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보자. 가루로 남은 그것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직도 ‘원래 볼펜인데 믹서기에 갈아져서 가루가 되었다’라고 생각하고 싶은가? 그것이 바로 뿌리 깊은 이원적 실체관념이다. 당신이 지금 보는 건 그냥 가루다. 그 가루에 볼펜은 어디에 있는가? 볼펜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애초에 볼펜이란 것이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시간관념을 가지고, 과거에는 볼펜이었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런 식이라면 그 볼펜 또한 과거에 무엇이었는지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과거에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면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갈 것이다.


볼펜은 조건 지어져 있다. 조건 지어져 있다는 말은 그런 조건 없이는 볼펜도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볼펜의 심과 스프링 그리고 잉크 같은 것들이 없으면 볼펜도 없다는 말이다. 심, 스프링, 잉크에 조건 지어진 것이 바로 볼펜이다. 그렇게 조건 지어진 것이 볼펜이다. 이제 볼펜의 실체가 보이는가? 그렇게 조건 지어진 것이 볼펜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건 지어졌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감이 잡힌다면 눈앞이 빙그르르 돌 것이다. 존재의 흔적을 찾아 열심히 두리번거리는 이원적 의식의 초점이 갈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달팽이의 촉수처럼 존재를 찾아 더듬거리지만 그 어느 것도 존재를 찾을 수 없을 때, 그때 불현듯 그 모든 것을 일으키는 바탕의 불이 환하게 밝혀진다. 그 밝아진 자각이 바로 당신이다. 끝도 없고 시작도 없고 처량하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은 당신의 본모습이다. 이 짧은 이야기면 깨닫는 것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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